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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과 안정

W. 지장

현대au

 

쟝 키르슈타인의 세상은 혼란스럽다.

 

쟝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있다. 쟝의 세상 속에서는 색들이 제멋대로 옮겨다닌다. 파란색 옷을 입은 사람과 부딪힌 사람은 파랗게 변한다던가 음식의 색이 접시 색에 따라 변한다던가. 하여튼 쟝의 시선 속에서 색들은 경계도 없이 뛰놀았다.

 

이 세상은 맞닿아 있는 색들이 너무 많았고 이는 쟝이 온전한 색을 보지 못하도록 했다. 전염병처럼 서로의 색에 감염되어가는 탓에 쟝은 사람조차도 온전한 모습으로 마주한 적이 없다. 병원에서도 이런 '색 번짐 현상'에 대해 알 수 없었다. 치료는 커녕 지구에서 처음 보는 사례라며 오히려 쟝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려 했다. 영 도움이 되지 않는 병원들은 뒤로 한 채 쟝은 색으로 범벅이 된 세상을 마주하기로 했다.

 

위에서 말했듯이 '색 번짐 현상'은 사물이든 사람이든 종류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쟝의 부모님도 예외는 아니다. 쟝은 아직도 부모님을 온전한 모습으로 마주한 적이 없다. 색이 번지지 않고 유일하게 마주할 수 있는 존재는 쟝 스스로 뿐이다.

 

마르코 보트는 평범하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남들 하는 것만큼 해왔고 평범하게 초중고 12년 스텝을 밟아가고 있는 그런 학생이다. 마르코의 단기적 최종 목표는 대학에 진학해서 안정된 직장을 얻는 것이다. 목표마저 평범한 그런 사람이 마르코다.

 

그런 마르코에게 독특한 인물 하나가 나타났다. 한 학년 아래인 쟝 키르슈타인. 꽤나 불량해 보인다.

 

마르코와 쟝의 첫 만남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마르코는 학생부 임원의 소임을 다하고자 아침 선도를 서고 있었다. 대부분 교복을 갖춰입고 등교하는 반면 한 학생이 눈에 띄게 복장 불량이었다. 이를 놓칠 리 없는 마르코는 복장 불량을 불러세웠다.

 

몇 학년이야?

1학년이요.

복장 불량으로 벌점 1점 입력 될 거야. 반 번호 이름 말해 줘.

···.

 

답이 없기에 마르코는 나름의 반항인가 싶어 고개를 들고 1학년을 쳐다봤다.

 

1학년은 놀란 눈으로 마르코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르코는 그 순간 많은 생각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혹시 내가 알던 애인가? 누구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런 얼굴은 처음인데. 내가 정말 기억을 못하는 거면 어떡해? 너무 미안한데. 같은 생각이 끊임없이 들기 시작했다. 온 몸 가득 물음표를 잔뜩 띄운 마르코에게 1학년이 말을 걸었다.

 

1, 1학년 4반 6번 쟝 키르슈타인이요.

 

마르코는 아무 것도 적지 못한 채 그 자리 그대로 서 있었다.

 

쟝은 학교에 처음 온 사람처럼 자꾸 두리번 거렸다. 교문에서 본 그 선배. 분명 '색 번짐'이 없었다. 아직도 주위는 이렇게 혼란한데. 그 선배만 예외로 온전했다. 지금 쟝이 서있는 교실 바닥도 여러 색이 섞여 울렁거린다. 울렁대는 색을 헤치고 누군가 걸어온다. 색이, 색들이 누군가의 발을 타고 올라가려다 미끄러진다. 그리고는 바닥만 쳐다보는 쟝의 앞에 턱 멈춰선다. 고개를 들어 쳐다보면 온전한 자신의 색을 지키고 있는 그 선배가 서있다.

 

쟝 키르슈타인, 맞지?

 

놀란 시선이 또 곤란하게 따라붙는다. 마르코는 어느 한 곳에 시선을 딱 고정하고 있을 수 없어 이리저리 끈질긴 시선을 피하고만 있다. 제 나름대로의 탐색전이 끝났는지 1학년이 말을 건다.

 

선배는···왜 그대로에요?

 

대답 대신 돌아오는 의미불명의 질문에 마르코는 한 차례 더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출제자의 의도를 척척 파악해내는 우등생 마르코도 지금 이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그래서 마르코는, 힌트 찬스를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우리···혹시 전에 알던 사이야?

 

알던 사이냐니. 쟝은 난데없는 질문에 표정을 굳혔다. 마르코는 쟝의 굳은 얼굴을 보며 어떡해 정말 아는 사이였나봐 내가 기억을 못해서 많이 화난건가? 어떡하지···근데 정말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데···. 등의 생각을 줄줄 이었다. 쟝은 마르코에게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았다.

 

아뇨. 아는 사이는 아닌데요.

그, 그럼 무슨 접점이라도 있었어?

오늘 처음 보는데요.

 

그런데 왜···! 마르코는 이 말을 당장이라도 내놓고 싶었지만 일단 아는 사이였는데 기억을 못 해낸 이런 아찔한 상황이 아니었음에 안도했다. 그렇지만 어딘가 분한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마르코는 용기 내어 다시 물었다.

 

···정말 아는 사이 아냐? 근데 오늘 아침부터 그렇고 나한테 뭐 숨기는 사람처럼 대해?

아는 사이는 아니고요···. 그냥 선배가 좀 특이해서요.

 

쟝은 알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대뜸 '색 번짐'이니 뭐니 장황하게 설명해도 이내 이해를 못하고 본인을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할 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이 사람에게는 이상한 사람이라 취급 당해도 좋으니 '색 번짐'이니 뭐니 하는 것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 놓고 싶었다. 신인류를 발견한 것처럼, 쟝은 가슴의 두근거림을 숨길 수 없었다.

 

알게 된 건 몇 개월 뒤였지만 그 때 쟝의 두근거림은 신인류를 발견한 기쁨과 동시에 첫사랑을 맞이한 기쁨에 유발 되었을 것이다.

 

정적이 흐르는 상황에 쟝은 정적을 비집고 마르코를 불렀다.

 

선배.

응?

선배 이름 좀 알려주세요. 반 번호도 같이요.

아, 나는 마르코 보트라고 하고 2학년 7반이야···.

 

암송한 성경 구절을 읊듯이 본인의 인적 사항에 대해 줄줄 불어대던 마르코는 말을 멈췄다. 내가 왜 얘한테 내 개인정보를 알려주고 있지? 이 세상에 사람을 빡치게 하는 법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말을 하다 멈추는 것이고. 처럼 말을 뚝 끊은 마르코를 쟝은 뚫어져라 쳐다봤다. 물론 입은 조용했지만 눈으로 뭐해 더 읊어봐. 라고 전달하고 있었다.

 

···7번.

이따 끝나고 찾아갈테니까 기다려요.

 

갑작스레 잡힌 번개 약속에 마르코는 나머지 수업들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다. 아까 걔 꽤 무섭게 생겼던데···혹시 내가 오늘 아침 선도에서 잡은 거 때문에 많이 화났나? 마르코는 쟝이 찾아와서 무슨 말을 할 지 도무지 감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교시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색 번짐···?

네. '색 번짐'이요.

그러니까 쟝 네 말은 네가 보는 세상에는 색들이 이리저리 옳겨 다닌다는 거야?

네. 뭐 그렇게 설명할 수 있겠죠.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반응이다. 지금 선배의 뒤에서도 열심히 색과 색이 섞이고 있다고 덧붙이려다 그만뒀다.

 

그런데 그게 왜···?

선배만 '색 번짐'이 안 일어나요. 남들은 머리카락 색, 옷 색깔에 섞여서 이상한 색깔을 띠는데 선배만 색이 있어야 할 곳에 제대로 있다고요.

 

쟝의 말을 듣고 마르코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더듬거렸다.

 

그렇게 해도 선배는 그대로에요.

근데 쟝, 그런 사람들이 나 말고 또 있어?

저 말곤 없는데요. 제가 저를 볼 때 말고는 한 번도 제대로 된 사람 못 봤어요.

 

마르코는 쟝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부터 본인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던 것도, 알 수 없던 말들을 쏟아내던 것들 모두 이해되기 시작됐다. 그리고 마르코는 신기했다. 제 눈에는 멀쩡하고 단조롭기 그지 없는 이 세상이 이 아이한테는 온통 색투성이다. 평범한 마르코는 쟝의 세상 속에서는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

 

용기를 내어 자신을 고백한 쟝을 마르코는 모른 체 하지 않았다. 둘은 붙어 다니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중에 쟝이 말해준 거지만 마르코와 함께 있으면 쟝의 '색 번짐 현상'이 조금 덜해진다고 한다. 쟝이 보기에는 아무래도 색들이 마르코를 타고 가다 미끄러지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밀리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 색이 미끄러진 부분은 어떻게 돼? 원래대로 보이는 거야?

아뇨. 원래 자리에 있던 색들도 같이 밀려가서 하얗게 보여요.

 

쟝의 세계는 도화지 같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도 마르코는 종종 쟝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곤 했다.

 

쟝이 아파 학교에 오지 않았다. 쟝의 반으로 달려간 마르코는 학교가 끝날 때까지 쟝을 만날 수 없었다.

 

쟝은 감기 몸살이 났다고 했다. 상태가 좀 나아져 학교에 왔지만 여전히 훌쩍거렸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던데.

지금은 7월이라 걸렸나 봐.

형은 지금 장난치고 싶어요?

너 에어컨 바람을 너무 많이 쐐서 그런가 봐. 맨날 축구하고 반 들어와서 에어컨 바람 직빵으로 받는데 감기 안 걸리겠어?

몰라요. 머리 아파.

 

마르코가 이상하다.

 

형.

응?

 

분명 마르코 형이 맞는데. 색들이 마르코의 발 끝을 타고 올라간다. 쟝은 마르코의 발 끝만 쳐다본다. 저게 왜 올라가. 안 되는데. 올라가면 안 되는건데.

 

색이 마르코의 발을 모두 잠식했다. 마르코는 요새 들어 쟝이 뚱해져 걱정이 늘었다. 덤으로 자신의 발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기분도 들었다.

 

저기 쟝, 혹시 나한테 뭐 화난 일 있어?

아뇨 없어요.

 

쟝은 그렇게 티가 났나 싶었지만 표정을 풀 생각은 없었다. 솔직히 화가 나는 건 맞으니까. 드디어 색에게 뻇기지 않는 것을 찾았다 생각했는데 얼마 못 가 보란듯이 뺏긴 이 상황이 무지 열받았다. 발께만 유심히 쳐다보던 쟝은 마르코에게 신발을 벗어보라 그랬다. 마르코는 물음표를 한 가득 담은 얼굴이었지만 순순히 따라주었다. 역시 짜증나. 신발을 벗은 마르코의 두 발에는 어지럽게 색들이 가득했다.

 

색들은 점점 활동 반경을 넓혀갔다. 발을 타고 올라와 다리로, 몸으로. 날이 갈수록 마르코는 색에게 먹혀가고 있었다(물론 본인은 모른다). 쟝은 마르코의 모습이 사라져가는 것에 불안하기만 했다. 다시는 이 형을 제대로 볼 수 없으면 어떡하지. 하고 손톱만 물어뜯었다. 쟝은 눈에 띄게 불안해갔다. 마르코는 부쩍 들어 쟝의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걸렸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눈에 띄게 불안해지는 게 보여 영 마음이 안 좋았다. 그리고 너덜해진 쟝의 손을 보고는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쟝, 너 요새 왜 그래?

 

평소보다 올라간 목소리에 마르코를 뒤덮은 색들이 한 번 울렁했다.

 

무슨 일인지 알려줘. 요새 너 자꾸 불안해하고. 손도 안 뜯던 애가 지금 손이 이게 무슨 일이야.

···진짜 아무 것도 아닌데.

 

17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색 번짐'을 봐왔던 자신이 며칠 전부터 그 쪽에게 '색 번짐'이 나타나서 화가 나고 짜증이 난다고 말할 수 없었다. 괜한 거로 짜증을 내고 신경을 쓴다며 잔소리 할 게 뻔히 보였다. 그래도 싫은 걸 어떡해. 쟝에게 마르코는 소중한 사람인데. 쟝은 고개를 내저었다.

 

너가 입 꾹 닫고 있으면 나도 어떻게 못 도와줘.

형이 도와주고 말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그걸 어떻게 확신해?

대충 알 수 있어요.

그래. 그럼 너가 죄다 해결한 다음에. 그 다음에 만나자 우리.

 

마르코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 순간 색들이 마르코의 가슴께까지 치밀어 올랐다. 쟝은 조금 분한 듯 씩씩 걸어가는 마르코에게 뛰어갔다. 그리고는 색들이 더 이상 못 올라오게 할 셈인지 마르코를 꼭 껴안았다.

 

···쟝?

그냥 가만히 있어요. 그냥 가만히···.

 

쟝의 목소리가 울음에 먹혀 들어갔다. 마르코의 어깨가 뜨거워졌다. 마르코의 어꺠에 고개를 푹 박은 쟝은 있는 힘껏 마르코를 껴안았다.

 

쟝, 나 아파.

안 돼. 못 풀어줘.

무슨 일 있는 거야 쟝?

···선배 무슨 짓 했어요. 며칠 전부터 선배한테 색들이 들러붙어요. 존나 짜증나. 근데 내가 그거 때문에 화났다고 하면 웃기잖아. 난 살면서 맨날 뒤죽박죽인 세상만 봐오면서 자랐는데 괜히 선배한테 그게 보인다고 짜증냈다 그러면 선배가 유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말 못했던 거에요. 근데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선배를 타고 올라와서 너무 불안했어요. 다시는 원래대로 선배를 못 볼까 봐.

 

마르코는 철렁했다. 울먹이는 이 아이가 며칠 밤낮을 고민했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온다. 그리고 본인도 쟝의 세계에서만큼은 특별하고 싶었다. 누군가의 예외가 된다는 건 정말 가슴 벅찬 일이기에.

 

쟝···. 이거 풀고 얼굴 보면서 말할까?

싫어요. 내가 이러고 있으면 그 새끼들이 더 이상 안 올라올지도 모르잖아요.

 

그렇게 십 여 분을 있었다. 쟝도 좀 힘들었던지 마르코를 안고 있던 팔이 조금씩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쟝. 나 봐.

···.

내가 색들한테 쉽게 먹힐 것 같아? 아냐. 그리고···내가 내 색깔을 잃는 건 좀 슬프겠지만 난 그래도 쟝 곁에 늘 있을 거야. 그 모습 그대로. 경계 없이 멋대로 다닌다며. 그러면 내가 경계를 정해서 그 모습 유지하면 되지. 그러니까 쟝, 너무 불안해 하지 마.

 

쟝은 울고 싶지 않았다. 근데 이런 말 듣고 어떻게 안 울고 배겨. 눈에 가득찬 눈물이 제멋대로 흐르게 내버려 두었다. 마르코는 웃으며 왜 우느냐고 물었다. 안색 하나 안 바꾸고 이런 말 하는 형이 짜증나서. 쟝은 다시 마르코를 꽉 껴안았다.

 

결국 둘이 헤어질 때까지 마르코의 가슴께로 올라온 색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르코한테 전부 말한 쟝은 가슴이 개운했으나 다시금 일렁이는 색들을 마주하니 밥맛이 뚝 떨어졌다. 그래도, 그래도 하나보단 둘이 낫다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르코를 덮은 색은 더 이상 퍼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즈음부터 쟝은 한 가지 생각에 잠겼다. 근데 나는 왜 형한테 '색 번짐'이 나타나는 거에 화가 났지?

 

마르코도 마찬가지였다. 왜 쟝은 나한테 색이 번진다고 화가 났을까?

 

한 바탕 소동 이후 둘의 사이는 조금 서먹해졌다. 가끔 너무 진실을 마주하면 가까워지기는 커녕 조금 멀어질 수 있다.

 

형.

왜?

근데 나는 왜 형한테 '색 번짐'이 나타났다고 화가 났을까요?

 

마르코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여기서 그러게. 라고 대답하는 건 너무 성의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넘겨 짚는 건 또 아니잖아. 쟝은 지금 마르코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내가 여기서 무슨 답을 해줘야 쟝의 의문도 해결되고 나도 왜 쟝이 화났는지 알 수 있을까?

 

음···그러니까.

그래서 생각을 해봤는데 제가 아무래도 형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기습 공격이다. 마르코는 기습 고백으로 갑자기 얻어 맞아 정신이 혼미하다. 얼굴이 터질 정도로 빨개진 마르코의 눈 앞에 쟝이 손을 이리저리 흔든다. 형 괜찮아요?

 

아니. 아무래도 안 괜찮은 것 같아. 마르코는 눈 앞의 흔들거리는 손을 확 낚아챘다. 그리곤 쟝의 얼굴을 붙잡았다.

 

내 생각도 그래.

 

마르코는 쟝에게 입을 맞췄다. 머리가 어지러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마음이 그렇게 하라고 시키고 있었다. 준비 할 틈도 없이 훅 들어온 입맞춤에 쟝은 도무지 페이스를 맞출 수 없었다.

 

형, 잠깐만.

많이 힘들어? 그만할까?

아니 그러진 말고.

 

숨을 고르는 쟝을 보며 마르코는 크게 웃었다. 쟝 너 진짜 귀엽다. 너 지금 완전 토마토 같아. 쟝은 계속 웃는 마르코를 아프지 않을 정도로 퍽 때렸다.

 

아야. 아프잖아.

형은 진짜···.

그래도 귀여운 걸 어떡해.

 

쟝은 다시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그래서 고개를 푹 숙였다. 마르코는 몸을 숙여 쟝에게 시선을 맞췄다. 쟝은 마르코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발견했다. 마르코가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것을.

 

쟝은 고개를 곧게 세웠다. 그리고는 마르코에게 다시 입을 맞췄다. 마르코는 쟝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그리고 그 뒤에는 온 세상의 색이 부서질 듯 석양이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이 세상의 모든 색들이 다신 그 둘을 타고 오지 못하도록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Schicks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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